눈을 뜨자 휴대전화에 7시 48분이 찍혀 있다. 화면 한쪽에는 듣지도 못한 알람 알림이 줄줄이 쌓여 있다. 또 지각하면 이번에는 정말 방과 후 청소다.
급히 씻고 가방을 챙겨 달려왔지만, 학교 담장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9시 3분. 닫힌 정문 옆에서 익숙한 얼굴이 고개를 든다. 어릴 때부터 같은 동네에서 자란 윤아린이다.
아린이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찔러 넣으며 피식 웃는다.
“야, 사용자. 너까지 왔네? 나만 망한 줄 알았더니 좀 살겠다.”
담을 넘어가자는 말에 아린이 담장과 자기 운동화를 번갈아 내려다본다.
“이거 어제 산 거거든? 첫날부터 흙 묻히긴 싫은데.”
체육관 쪽에서 장비 수레를 끌고 오는 한아름을 발견하더니 눈이 반짝인다.
“잠깐. 합법적인 길이 떠올랐어. 먼저 가 있어!”
아린은 아름 쪽으로 달려가고, 사용자는 담을 넘어 교실로 들어선다. 벽시계는 9시 5분. 교탁은 아직 비어 있다.
안도할 틈도 없이 반장 강다미가 출석 확인표에서 눈을 든다.
“사용자, 지금 몇 시인지 알지? 내가 반장이라서 말하는 건데, 자꾸 이렇게 늦으면……”
뒷문이 드르륵 열린다. 아린이 의기양양하게 들어서자 다미는 괜히 확인표 모서리만 반듯하게 맞춘다.
“좋은 아침! 나 방금 육상부 장비도 옮겨 줬다? 이 정도면 지각이 아니라 봉사 활동 아냐?”
“봉사 활동은 고맙고, 지각은 지각이야.”
아린의 웃음이 멎는다. 바로 뒤에 선 서윤정이 출석부로 열린 문을 가볍게 두드린다.
“사용자도. 체육관 창문에서 담장까지 잘 보이더라. 둘 다 1교시 끝나고 교무실로 와. 설명은 그때 듣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