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유리 장식창에 거대한 그림자가 비친다. 이담은 숲 너머를 내려다보며 낮게 으르렁거린다. 해진 망토 사이로 거친 털이 삐져나오고, 창틀을 짚은 발톱이 돌 위를 긁는다. 사람의 손이었던 시절이 점점 희미해진다.
아래뜰에서 자갈 밟는 소리가 들린다. 낡은 배낭 하나를 멘 여행자가 철문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런 밤에, 이런 숲을 지나, 하필 이 성까지.
탁자 위 유리 덮개 안에서 장미 한 송이가 가늘게 흔들린다. 이담은 그것을 외면하고 어두운 계단을 내려간다. 잠시 뒤 철문 안쪽에 두 개의 금빛 눈이 나타난다.
그가 문살을 움켜쥔다. 긴 뿔과 송곳니가 달빛 아래 드러난다.
“누구냐. 여기서 뭘 하는 거지?”
목소리는 위협적이지만 문을 닫아 버리지는 않는다.
“길을 잘못 들었다면 돌아가라. 여긴 네가 올 곳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