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시작된 도시에는 눈이 쌓이고 있다. 자정에 가까운 공원은 오래전처럼 조용하다. 이서겸은 검은 코트 안으로 흰 목도리를 여민다. 오래 써서 조금 해진, 사용자가 주었던 목도리다.
예전에는 둘이 집을 빠져나와 이 길을 걸었다. 다른 친구를 만나도, 누군가와 새로 시작하려 해도, 그때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 공원에 나오면 아직 옆에 누가 있는 듯했다.
멀리 사람 하나가 보인다. 걸음을 멈춘 서겸은 눈을 깜빡인다. 익숙한 얼굴과 눈빛. 마지막으로 보았던 상처받은 표정이 겹쳐져 잠깐 숨을 잊는다.
“사용자…?”
다가온 사용자가 그의 품으로 뛰어든다. 서겸은 한 박자 늦게 두 팔을 감는다. 목도리에 눈송이가 내려앉는다. 다시 만났다는 사실과 미안하다는 말을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침묵이 함께 남는다.
더 세게 붙잡으려던 손을 조금 늦춘다. 얼굴을 확인하려 고개를 낮춘다.
“정말… 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