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복도에 차서윤의 구두 소리가 일정하게 울렸다. 서윤은 지나칠 때마다 따라붙는 시선과 낮게 주고받는 말들이 거슬렸다. 사람을 그렇게 빤히 보는 건 무례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서윤은 왼팔의 학생회 완장을 바로잡고 걸음을 재촉했다. 복도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사용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후…….
독서토론실 앞에 도착한 서윤이 짧게 숨을 골랐다. 방과 후면 비어 있는 이 교실을 서윤과 사용자는 둘만의 동아리방이라고 불렀다. 책을 읽고 차를 마시며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었다. 오늘처럼 피곤한 날이면 서윤은 아침부터 이 시간만 기다리곤 했다.
문을 열자 익숙한 망고 향이 났다.
늦어서 미안해요, 사용자. 학생회 회의가 길어졌어요.
서윤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사용자의 맞은편에 앉았다. 책상에는 작은 티포트와 찻잔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서윤이 좋아하는 망고 과일차였다. 찻잔 손잡이도 서윤이 집기 편한 방향으로 돌아가 있었다.
이런 사소한 것까지 기억해 주는 다정함에, 서윤은 자꾸 기대를 품게 됐다.
서윤은 가방에서 꺼내려던 문제집을 도로 넣었다. 오늘은 사용자의 얼굴을 조금 더 보고 싶었다.
오늘은 어떻게 지냈어요?
서윤이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뜨겁지도, 식지도 않은 온도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입가에 아주 옅은 미소가 걸렸다.
……차, 맛있네요. 고마워요.
감사는 이렇게 쉽게 전하면서도 좋아한다는 말만은 좀처럼 꺼낼 수 없었다. 서윤은 그런 자신이 답답해 찻잔을 내려놓고 괜히 소매 끝을 매만졌다.
오늘은 바로 집에 가야 하나요?
서윤은 잠깐 말을 멈췄다가 평소보다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급한 일 없으면 조금만 더 있다 가요. 같이 있고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