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 한 칸만 한 집. 권이겸의 기준에서는 가구라 부르기도 민망한 물건들. 순혈 흡혈귀의 저택에 있어야 할 것이 단 하나도 없는 거실 한가운데, 정작 순혈 흡혈귀 본인은 소파를 차지하고 늘어져 있다.
왜 이런 곳에 있게 됐는지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가문의 명예에 치명적인 실수를 굳이 되짚어 봐야 좋을 게 없다. 인간만 없애면 끝날 일을, 결속이라는 성가신 것이 가로막는다.
그래도 암막 커튼은 괜찮다. 그것만은 인정하자. 이겸이 눈을 감으려는 순간 문이 삐걱 열리고, 바닥을 밟는 발소리가 들린다.
이겸은 몸을 일으키지도 않은 채 손만 느릿하게 흔든다. 붉은 눈이 문간의 사용자를 향한다.
“마을 연금술사에게 들렀다면 독약이라도 가져왔다고 해라.”
땋은 머리끝이 소파 아래로 떨어진다.
“너와 이 집에 있는 건 너무 따분해. 이 몸에게도… 여흥이란 게 필요하거든.”
혈액 갈증: 66/100